고추장 만들기
고추장은 제조방법에 따라 재래식과 개량식으로 구분된다. 재래식 고추장은 발효과정에서 누룩곰팡이(Aspergillus)·거미줄곰팡이(Rhizopus)·털곰팡이(Mucor) 등의 야생곰팡이와 고초균(Bacillus subtillis) 등의 야생세균을 이용하며, 개량식 고추장은 황국균(黃麴菌, Aspergillus oryzae)을 순수 배양한 코지(Koji)를 이용해서 만든다.
1)재래식 고추장 만들기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재래식 고추장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만든다.
고추장용 메주 만들기
고추장용 메주는 콩으로만 만드는 된장용 메주와 달리 콩과 쌀가루를 섞어 만드는데 다른 메주보다 곰팡이가 덜 피게 말려야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추장용 메주는 쌀가루에 물을 대강 섞어 흰 무리떡으로 찐 다음 무르게 삶거나 쪄낸 콩과 함께 시루에 넣고 쳐서 주먹만 한 크기로 둥근 모양이나 도넛 모양 메주를 만들어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순창에서는 삶은 콩을 시루에 깔고 쌀가루를 그 위에 층층으로 쌓아서 쪄낸 다음 절구에 쳐서 둥글게 빚어 고추장용 메주를 만든다. 메주를 한 달 가량 띄우면 고초균과 효모가 잘 자라면서 표면이 노랗게 되고 갈라보면 속은 노르스름하거나 하얗다.
고초균은 고추장의 전분질과 단백질을 분해하여 잘 익을 수 있게 하고, 효모는 탄수화물로부터 주정(ethanol)과 함께 향기성분을 만들어 낸다. 고추장용 메주가 잘 숙성되면 다시 작게 쪼개어 3~4일 정도 햇볕에 바짝 말려 가루로 빻은 뒤, 고운 체로 쳐서 다시 3~4일간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줏가루를 항아리에 넣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해 봄에 고추장을 담글 때에 사용한다. 고추장용 메주는 표면에 푸른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일반적으로 고추장용 메주를 봄이나 가을에 만드는 것과 달리 순창에서는 여름에 만드는데, 이는 고추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기온이 높을수록 더 많이 번식하기 때문이다.
순창고추장은 음력 7월에 메주를 띄워 음력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 사이에 고추장을 만들어 저온에서 숙성시키기 때문에 다른 고추장에 비해 당화되는 속도가 느리고 젖산균의 생성이 더뎌, 신맛이 나지 않고 감칠맛이 난다.
고추장 담그기
재래식 고추장은 날이 더워지기 전인 3~4월에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담근다.
①찹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뺀 다음 가루로 빻는다.
②엿기름은 끓여서 식힌 물에 하룻밤 담가 불린 후에 고운 체에 걸러 웃물만 가라앉혀 사용한다.
③냄비에 엿기름의 웃물을 조심스럽게 따라 붓고 찹쌀가루를 곱게 풀어 약한 불에서 찹쌀 풀을 쑨 다음 불을 끄고 따뜻하게 두어 삭힌다. 찹쌀 풀 대신 찹쌀로 밥을 짓거나 익반죽한 찹쌀가루를 경단모양으로 빚어 삶은 후에 엿기름물에 잘 풀어지도록 나무주걱으로 조금씩 으깨어 만들기도 한다.
④넓은 그릇에 찹쌀 풀을 붓고 뜨거울 때에 메줏가루를 넣어 고루 섞은 다음, 한 김 나가면 고춧가루를 섞어준다. 고춧가루 양이 부족하면 고추장의 색이 검게 변할 수 있다.
⑤하루 정도 지난 후에 소금으로 약간 짜게 간을 맞춘다.
⑥장을 보관할 항아리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고추장을 담고 그 위에 소금을 넉넉히 얹고 망으로 덮은 후에 양지 바른 곳에 두어 숙성시킨다.
이렇게 만든 고추장은 하루에 20번 정도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삭히는데, 이런 과정을 한 달 정도 반복하면 고추장이 부풀어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간을 고루 맞출 수 있으며, 고추장이 잘 숙성된다. 고추장이 부풀어 끓어오르는 이유는 효모가 주정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고추장용 항아리는 입구가 넓은 것이 햇볕을 많이 쬘 수 있어 좋다. 입구가 좁을수록 햇볕을 적게 쐬어 장의 색이 검고 맛이 나빠지며 흰색의 산막효모가 번식하여 백태가 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을 담은 항아리는 2~3일 간격으로 뚜껑을 열고 햇볕을 잘 쬐어주는 것이 좋다. 고추장은 해를 묵혀서 먹지 않고 매년 새로 담가 먹는데, 주로 묵은 고추장은 장아찌용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