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빗소리는 자연이 선물하는 음악이란다. 물은 더러움을 씻어주고 생명의 숨을 활력 있게 해 준다. 주변엔 꽃들이 만발하고 연두빛 나뭇잎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껍질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라고 괴테는 말하였다. 뱀은 껍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고 또 질기다. 그래서 뱀의 몸을 지켜준다. 그런데 뱀은 해마다 한 차례씩 자기의 껍질을 벗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성장을 이루어 나가고 또 생명을 유지 한다. 그러나 뱀이 병에 걸리거나 껍질에 손상을 입으면 껍질을 벗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다음 해에 자기의 껍질에 갇혀 질식하여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껍질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라고 말한다.
사람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사람은 성장하면서 또 다른 의미에서 껍질을 벗어야 한다. 세월이 가면서, 나이가 들면서 때와 격에 맞는 생각과 습관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옛 생각이나 습관, 고정관념을 바꿔가야 한다. 기존의 습관과 고정 틀에 머물러 있으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갈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퇴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켜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녀야 한다. 아울러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오늘 삶의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성경을 보면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가시덤불에는 씨를 뿌리지 마라....할례를 하여 자신을 주님께 바쳐라. 너희 마음의 표피를 벗겨내어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의 악한 행실 때문에 나의 분노가 불꽃처럼 터져 나와 아무도 끌 수 없게 타오르리라”(예레4,3-4).라는 기록이 있다. 묵은 땅과 같은 옛 생각, 습관, 사고방식, 고정관념, 이기적인 악한 행위를 버리고 새 생각, 새 마음, 새로운 행동으로 새날을 맞이하지 않으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옳지 못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악의 더러움에서 씻어야 한다. 낡은 악이 물러가면 새 은혜가 주어지고, 새 마음은 우리의 생활을 새롭게 한다. ‘묵은 나’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가운데 세상은 빛나게 될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이런저런 변화와 쇄신을 말하지만 정작 자기 껍질을 벗지 않고서는 더 좋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미래를 희망하는 만큼 과거를 디딤돌로 삼고 오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을 위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선택된 모든 이가 새로운 마음으로 철저히 무장했으면 좋겠다. 민심은 항상 옳다고 했던가? 경청과 섬김! 말보다는 행동이다.
많은 사람이 옛것에 집착한다. 예전에는 이랬는데, 그때는 어땠는데 하면서 낡은 것에 매여 있다. 그러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없다. 예전 것을 지금 여기서 어떻게 적용하며 근본정신을 살릴 것인가에 마음을 써야 한다.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도 안 되고 발목을 잡지도 말며, 앞을 보고 더 좋은 것을 희망해야 한다. 미래가 오늘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회를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므로 “할 일이 생각나거든 지금 하라.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는지 모른다. 어제는 이미 당신의 것이 아니니, 지금 하라”(로버트 해리).
희망은 하나의 산고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희망도 그렇게 진통을 거쳐 나와야 한다. 귀중한 모든 것에는 분투와 고통이 있게 마련인 만큼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 “희망과 신뢰 속에서 하는 가장 작은 행동하나가 변화를 만들어 낸다. 희망이 그 열쇠다”(프란치스코 교황). 희망은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행동하게 한다. 그러니 “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 좋은 길이 어디냐고 물어 그 길을 걷고 너희 삶이 쉴 곳을 찾아라.” 예전보다 더 나아지길 원한다면 선물로 주어진 오늘을 값진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봄비를 맞아 더욱 생기를 얻고 성장하는 자연에 감사하며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우리의 마음도 정화 시켜주길 소망한다.
출처 : 동양일보(http://www.dynews.co.kr)